어려운 받아쓰기 문제, 한글 맞춤법 조항으로 가른 여섯 갈래

소리와 어법이 어긋나는 자리마다 조항이 있습니다

어려운 받아쓰기 문제, 한글 맞춤법 조항으로 가른 여섯 갈래

결론부터 말하면, 받아쓰기가 어려워지는 자리는 아무 데나 흩어져 있지 않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고시 「한글 맞춤법」 제1항은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두 원칙을 한 문장에 함께 담아 두었습니다. 어려운 문제는 바로 이 두 원칙이 서로 어긋나는 자리에서 나옵니다. 소리를 따라가면 틀리고, 형태만 따라가도 틀리는 낱말들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받아쓰기 문제는 낱말마다 제각각인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조항별로 갈래가 납니다. 아래에서는 고시에 실린 조항과 그 조항에 함께 붙어 있는 예시 낱말만 써서 여섯 갈래로 갈라 보겠습니다. 갈래를 알면 틀린 문제를 낱말 하나로 외우지 않고 ‘어느 규칙에 걸렸는지’로 되돌려 볼 수 있습니다.

  • 받아쓰기 문제는 왜 어려워지나요?
  • 어려운 문제의 여섯 갈래는 무엇인가요?
  • 아이가 이 원리를 배우는 시점은 언제인가요?
  • 틀린 문제는 어떤 순서로 갈래를 가르면 될까요?

받아쓰기 문제는 왜 어려워지나요?

두 원칙이 한 낱말 안에서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한글 맞춤법」은 소리대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어법에 맞도록 적으라고 요구합니다. 소리와 형태가 같은 낱말은 둘 중 어느 쪽을 따라도 답이 같으므로 쉽습니다. 문제는 둘이 갈라지는 낱말입니다.

고시가 제5항부터 제31항까지 조항을 길게 늘어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느 쪽을 우선할지 낱말 유형마다 정해 준 것이 그 조항들입니다. 뒤집어 보면 조항이 있는 자리가 곧 헷갈리는 자리이고, 어려운 받아쓰기 문제는 대체로 그 자리에서 출제됩니다.

여기에 제2항이 하나 더 얹힙니다.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어, 받아쓰기는 글자만이 아니라 띄어 쓴 자리까지 함께 채점됩니다. 글자를 다 맞히고도 감점되는 경우가 여기서 생깁니다.

어려운 문제의 여섯 갈래는 무엇인가요?

아래 여섯 갈래로 나뉩니다. 각 갈래마다 어느 조항이 걸리는지, 고시에 함께 실린 예시 낱말이 무엇인지 붙여 두었습니다. 예시는 모두 고시 원문에 실린 것만 골랐습니다.

갈래 1. 소리가 바뀌어 들리는데 원래 형태로 적는 것

가장 큰 갈래입니다. 소리를 그대로 적으면 반드시 틀립니다. 제6항은 “‘ㄷ, ㅌ’ 받침 뒤에 종속적 관계를 가진 ‘-이(-)’나 ‘-히-’가 올 적에는 그 ‘ㄷ, ㅌ’이 ‘ㅈ, ㅊ’으로 소리 나더라도 ‘ㄷ, ㅌ’으로 적는다”라고 정합니다. 고시는 맏이·해돋이·굳이·같이·끝이와 핥이다·걷히다·닫히다·묻히다를 맞는 표기로 싣고, 소리를 따라간 ‘마지·해도지·구지·가치·끄치’와 ‘할치다·거치다·다치다·무치다’는 버릴 표기로 나란히 실어 두었습니다.

제14항과 제15항도 같은 성격입니다. “체언은 조사와 구별하여 적는다”, “용언의 어간과 어미는 구별하여 적는다”라고 되어 있어, 조사나 어미가 무엇이 붙든 앞말의 형태를 고정합니다. 고시 예시는 값이·값을·값에·값도·값만, 넋이·흙이·여덟이처럼 받침이 복잡한 낱말을 골라 실었고, 용언 쪽은 먹다·먹고·먹어·먹으니, 훑다·훑고·훑어·훑으니를 듭니다.

제27항은 “둘 이상의 단어가 어울리거나 접두사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은 각각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입니다. 꽃잎·부엌일·젖몸살·칼날·팥알·헛웃음·홑몸·흙내가 예시입니다. 다만 같은 조항의 [붙임 2]는 어원이 분명하지 아니한 것은 원형을 밝히지 않는다고 하며 골병·골탕·며칠·오라비·업신여기다·부리나케를 듭니다. 즉 이 갈래는 ‘항상 원형’이 아니라 어원이 분명할 때만 원형입니다.

갈래 2. 소리로는 근거를 찾을 수 없어 규칙으로 정해 둔 것

소리만으로는 어느 글자를 쓸지 정할 수 없어 고시가 아예 방향을 지정한 갈래입니다. 제7항은 “‘ㄷ’ 소리로 나는 받침 중에서 ‘ㄷ’으로 적을 근거가 없는 것은 ‘ㅅ’으로 적는다”라고 합니다. 덧저고리·돗자리·엇셈·웃어른·핫옷·무릇·사뭇·얼핏·자칫하면과 옛·첫·헛이 예시입니다.

제5항은 된소리 쪽입니다.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다음 음절의 첫소리를 된소리로 적는다”라고 하고 소쩍새·어깨·오빠·으뜸·아끼다, 산뜻하다·잔뜩·살짝·훨씬·담뿍을 듭니다. 그런데 이 조항에는 단서가 붙어 있고, 어려운 문제는 대개 그 단서 쪽에서 나옵니다. 단서는 “‘ㄱ, ㅂ’ 받침 뒤에서 나는 된소리는, 같은 음절이나 비슷한 음절이 겹쳐 나는 경우가 아니면 된소리로 적지 아니한다”이고, 그 예가 국수·깍두기·딱지·색시·싹둑·법석·갑자기·몹시입니다.

단서 안의 ‘겹쳐 나는 경우’를 맡는 것이 제13항입니다. “한 단어 안에서 같은 음절이나 비슷한 음절이 겹쳐 나는 부분은 같은 글자로 적는다”라고 하며 딱딱·쌕쌕·씩씩·똑딱똑딱·쓱싹쓱싹, 꼿꼿하다·눅눅하다·밋밋하다·싹싹하다를 듭니다. 두 조항을 겹쳐 보면 국수는 된소리로 적지 않지만 딱딱은 겹쳐 나므로 같은 글자로 적는다는 구분이 나옵니다.

갈래 3. 소리가 줄거나 바뀌는 것을 그대로 적는 것

앞의 갈래와 방향이 반대입니다. 여기서는 변한 소리를 그대로 적는 것이 정답이라 원형을 살려 적으면 틀립니다. 제28항은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적에 ‘ㄹ’ 소리가 나지 아니하는 것은 아니 나는 대로 적는다”입니다. 고시가 괄호 안에 본래 형태까지 밝혀 두어 대조하기 좋습니다.

  • 다달이(달-달-이) · 따님(딸-님) · 마되(말-되) · 마소(말-소)
  • 무자위(물-자위) · 바느질(바늘-질) · 부삽(불-삽) · 부손(불-손)
  • 싸전(쌀-전) · 여닫이(열-닫이) · 우짖다(울-짖다) · 화살(활-살)

제29항은 ‘ㄹ’이 사라지는 대신 ‘ㄷ’으로 바뀌는 경우입니다.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적에 ‘ㄹ’ 소리가 ‘ㄷ’ 소리로 나는 것은 ‘ㄷ’으로 적는다”라고 하고 반짇고리(바느질~) · 사흗날(사흘~) · 삼짇날(삼질~) · 섣달(설~) · 숟가락(술~) · 이튿날(이틀~) · 섣부르다(설~)를 듭니다. 숟가락과 이튿날은 고학년 받아쓰기에서 자주 걸리는 자리인데, 근거는 이 한 조항입니다.

갈래 4. 두 말이 붙을 때 표시가 붙는 것

사이시옷입니다. 제30항은 “사이시옷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받치어 적는다”라고 한 뒤 세 묶음으로 조건을 나눕니다. 조건에 들어맞을 때만 붙이는 것이지 소리가 세게 난다고 아무 데나 붙이는 표시가 아니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 순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 뒷말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냇가·나룻배·바닷가·햇볕·잇자국),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것(아랫니·잇몸·냇물·빗물),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뒷일·깻잎·나뭇잎·베갯잇)
  •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 귓병·샛강·전셋집·찻잔·핏기·햇수, 제삿날·훗날·툇마루, 가욋일·예삿일·훗일
  • 두 음절로 된 다음 한자어 — 곳간(庫間) · 셋방(貰房) · 숫자(數字) · 찻간(車間) · 툇간(退間) · 횟수(回數)

세 번째 묶음은 조항이 여섯 개만 못 박아 둔 닫힌 목록이라 특히 유용합니다. 두 음절 한자어에 사이시옷이 붙는 것은 이 여섯뿐이므로, 한자어에 사이시옷을 붙일지 망설여질 때 이 목록에 있는지만 확인해 보면 판단이 끝납니다.

갈래 5. 눈으로만 갈리는 것

소리로는 구별이 되지 않아 표기를 외워 두는 수밖에 없는 갈래입니다. 제8항은 “‘계, 례, 몌, 폐, 혜’의 ‘ㅖ’는 ‘ㅔ’로 소리 나는 경우가 있더라도 ‘ㅖ’로 적는다”라고 하며 계수(桂樹)·사례(謝禮)·연몌(連袂)·폐품(廢品)·혜택(惠澤)·계집·핑계·계시다를 듭니다. 그런데 이 조항에도 단서가 있습니다. “다만, 다음 말은 본음대로 적는다”라고 하여 게송(偈頌)·게시판(揭示板)·휴게실(休憩室)을 따로 빼 두었습니다. 단서를 모르면 게시판을 규칙에 맞춘답시고 고쳐 쓰다가 틀립니다.

제9항은 ‘ㅢ’ 쪽입니다. “‘의’나, 자음을 첫소리로 가지고 있는 음절의 ‘ㅢ’는 ‘ㅣ’로 소리 나는 경우가 있더라도 ‘ㅢ’로 적는다”라고 하고 의의(意義)·본의(本義)·무늬·보늬·오늬·하늬바람·희망(希望), 그리고 띄어쓰기·씌어·틔어를 예시로 싣습니다. 버릴 표기로 실린 ‘무니·하니바람·히망·띠어쓰기’를 보면 왜 이 갈래가 귀로는 안 걸러지는지 바로 드러납니다.

갈래 6. 띄어쓰기가 함께 채점되는 것

글자는 다 맞았는데 점수가 깎이는 갈래입니다. 근거는 제2항 하나입니다.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라고만 되어 있어, 어디까지가 한 단어인지 판단이 서지 않으면 띄어쓰기도 정해지지 않습니다. 앞의 다섯 갈래가 글자를 가르는 규칙이라면, 이 갈래는 단어의 경계를 가르는 문제라 성격이 다릅니다. 채점표에서 감점 사유가 ‘글자’인지 ‘띄어쓰기’인지 나누어 확인해 보면, 아이가 실제로 약한 쪽이 어느 쪽인지 갈립니다.

어려운 문제의 여섯 갈래는 무엇인가요?

아이가 이 원리를 배우는 시점은 언제인가요?

먼저 정리하면, ‘한글 맞춤법의 원리’ 자체를 다루는 것은 초등학교가 아니라 중학교입니다.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교육부 고시 제2022-33호 [별책 5])의 문법 영역 내용 체계에서 ‘한글의 기초와 국어 규범’ 항목은 학년군에 따라 아래와 같이 놓여 있습니다.

학년군 ‘한글의 기초와 국어 규범’ 내용 요소
초등 1~2학년 한글 자모의 이름과 소리 / 단어의 발음과 표기 / 문장과 문장 부호
초등 3~4학년 단어의 정확한 발음과 표기
초등 5~6학년 단어와 문장의 정확한 표기와 사용
중학교 1~3학년 한글 맞춤법의 원리와 내용

성취기준으로 봐도 같습니다. ‘한글 맞춤법’이라는 말이 성취기준 문장에 직접 들어간 항목은 중학교의 [9국04-06] 한글 맞춤법의 기본 원리와 내용을 이해하고 국어생활에 적용한다와 고등학교 공통국어2의 [10공국2-04-02]입니다. 초등학교 성취기준에는 없습니다. 초등 1~2학년군에 [2국04-02] 소리와 표기가 다를 수 있음을 알고 단어를 바르게 읽고 쓴다가 있어 출발점만 놓여 있고, 과정·기능 요소도 이 학년군에서는 ‘소리와 표기의 차이 인식하기’까지입니다.

여기서 고학년 받아쓰기의 구조가 드러납니다. 아이는 조항을 규칙으로 배우기 전에 개별 낱말로 먼저 만납니다. 그래서 틀린 낱말이 서로 무관한 암기 항목처럼 쌓이기 쉽습니다. 위의 여섯 갈래는 그 낱말들을 조항 쪽으로 다시 묶어 주는 틀입니다. 참고로 [9국04-06]의 성취기준 해설은 중학교에서도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총칙 중심으로 다루고 음운 변동 지식을 필요로 하는 조항은 다루지 않는다고 밝혀 두었습니다.

틀린 문제는 어떤 순서로 갈래를 가르면 될까요?

한마디로, 낱말을 보고 어느 쪽 원칙이 이겼는지부터 가르면 됩니다. 아래 순서로 확인해 보면 여섯 갈래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대체로 좁혀집니다.

  1. 감점 사유가 글자인지 띄어쓰기인지 먼저 나눕니다. 띄어쓰기면 제2항 쪽이라 나머지 다섯 갈래와는 따로 봐야 합니다.
  2. 소리대로 적은 것이 오답이었는지 봅니다. 아이가 들리는 대로 썼는데 틀렸다면 갈래 1(제6·14·15·27항)이나 갈래 5(제8·9항)입니다. 귀로 구별이 되면 갈래 1, 안 되면 갈래 5입니다.
  3. 본래 형태를 살려 적은 것이 오답이었는지 봅니다. 고시가 괄호로 밝혀 둔 본래 형태, 곧 이튿날의 ‘이틀’이나 섣달의 ‘설’, 바느질의 ‘바늘’을 그대로 살려 썼다가 틀렸다면 갈래 3(제28·29항)입니다. 방향이 갈래 1과 정반대이므로 이 둘을 섞어 두면 계속 헷갈립니다.
  4. 사이시옷이 있고 없고의 문제인지 봅니다. 그렇다면 갈래 4이고, 제30항의 세 묶음 중 어디에 걸리는지, 한자어라면 여섯 개 목록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보면 됩니다.
  5. 남은 것이 된소리나 받침 선택의 문제라면 갈래 2(제5·7·13항)입니다. 단서까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갈래를 붙여 두면 틀린 문제가 쌓여도 목록이 길어지는 대신 여섯 칸 안으로 모입니다. 학교에서 쓰는 낱말 범위 자체가 궁금하다면 학교마다 다르게 운영되는 초5 받아쓰기 급수표를 정리해 둔 글을 함께 보시면 범위와 규칙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면, 「한글 맞춤법」은 조항마다 단서를 달아 두는 방식으로 쓰여 있습니다. 제5항의 ‘ㄱ, ㅂ’ 받침 단서, 제8항의 본음 세 낱말, 제27항 [붙임 2]의 어원 불분명 낱말이 그렇습니다. 규칙만 외우고 단서를 빠뜨리면 오히려 맞게 쓰던 낱말을 고쳐 쓰다가 틀리게 됩니다. 갈래를 나눌 때 조항과 단서를 한 묶음으로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근거 화면(1차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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